밀수에서 춘자와 진숙은 서로를 다시 건져 올렸습니다

춘자는 군천으로 돌아온 뒤에도 진숙을 바로 찾아가지 못합니다. 위험한 밀수판에 다시 뛰어드는 일보다 한때 가장 가까웠던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 더 어려워 보였죠. 처음 《밀수》를 봤을 때는 1970년대 음악과 화려한 옷, 물속에서 벌어지는 액션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시 떠올려보니 영화의 중심에는 바다에서 먹고살던 두 여자가 한 번의 사고와 오해로 서로를 잃었다가 다시 같은 물속으로 들어가는 … 더 읽기

클래식, 우산이 있었는데도 함께 비를 맞았습니다

지혜와 상민이 비가 쏟아지는 캠퍼스를 함께 달리는 장면은 지금 보아도 마음을 먼저 움직입니다. 상민은 겉옷을 두 사람의 머리 위에 올리고, 지혜는 젖은 운동장을 따라 함께 뛰죠. 나중에 상민이 우산을 가게에 일부러 두고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예전에는 그 행동이 그저 낭만적으로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좋아한다는 말을 직접 꺼내지 못한 두 사람이 비를 핑계 삼아 잠시 같은 … 더 읽기

해바라기 수첩으로 평범한 내일을 연습한 태식

태식은 교도소에서 나온 뒤 낡은 수첩을 자주 펼쳐봅니다. 호두과자를 먹고, 목욕탕에 가고, 가족사진을 찍는 일처럼 남들에게는 별것 아닐 소망들이 적혀 있죠. 처음 《해바라기》를 봤을 때는 마지막에 폭발하는 김래원의 연기와 유명한 대사가 강하게 남았습니다. 다시 떠올려보니 그보다 오래 남은 것은 태식이 주먹을 쓰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작은 약속을 확인하던 시간이었어요. 과거의 태식은 맨주먹으로 동네를 휩쓸던 사람이었습니다. … 더 읽기

아내를 감시하던 남편이 함께 도망치기까지, 베를린

표종성은 아내 련정희를 바라볼 때도 표정이 거의 달라지지 않습니다. 같은 집에 살고 있지만 다정한 부부라기보다 서로의 보고서를 확인하는 사람들처럼 보이죠. 처음 《베를린》을 봤을 때는 낯선 도시를 가로지르는 추격과 하정우의 거친 액션이 먼저 기억에 남았습니다. 다시 떠올려 보니 총격보다 아내가 의심받는 순간, 표종성마저 그녀의 편에 바로 서지 못했던 시간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표종성은 오랫동안 해외에서 활동한 … 더 읽기

모가디슈의 마지막 인사는 눈을 마주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한신성 대사는 총성이 가까워진 밤에도 쉽게 문을 열지 못합니다. 문밖에는 도움을 청하러 온 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서 있고, 안쪽 사람들은 그들이 정말 피난을 온 것인지부터 의심하죠. 첫 관람에서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탈출 장면의 속도와 총격이 먼저 남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떠올려보니, 적으로 배워온 사람들에게 잠자리와 밥을 내주기 전의 짧은 망설임이 더 오래 마음에 남았어요. 이 장면이 … 더 읽기

내부자들, 안상구는 복수보다 믿어줄 사람을 원했습니다

안상구가 우장훈을 처음 제대로 마주했을 때, 그의 얼굴에는 반가움보다 계산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이 검사가 자신을 살려줄 사람인지, 필요한 말만 빼낸 뒤 다시 버릴 사람인지 살피는 눈이었죠. 처음 《내부자들》을 봤을 때는 이병헌의 전라도 사투리와 능청스러운 농담, 조승우의 날카로운 말투가 먼저 들렸어요. 다시 생각해보니 안상구는 영화 내내 복수할 방법만 찾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보았고 당했다는 말을 끝까지 … 더 읽기

회사원 지형도에게 퇴근은 처음 생긴 꿈이었습니다

최근 드라마 《김부장》을 보다가 문득 영화 《회사원》이 떠올랐습니다. 안경을 쓰고 은행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소지섭이 어느 순간 감춰둔 움직임을 꺼내는 모습을 보니, 양복 차림으로 살인청부 회사에 출근하던 지형도가 자연스럽게 겹쳐졌어요. 두 사람 모두 겉으로는 평범한 직장인처럼 보이지만 몸은 전혀 다른 시간을 기억하고 있었죠. 그래서 오랜만에 《회사원》을 다시 떠올리게 됐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정장을 입은 … 더 읽기

형님이라는 한마디가 자성을 끝까지 붙잡은 신세계

자성은 정청이 다가올 때마다 먼저 주변을 살핍니다. 반가운 사람을 만난 표정보다 혹시 자신의 정체가 드러난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얼굴에 가깝죠. 그런데 정청은 그런 경계를 모르는 사람처럼 자성의 어깨를 감싸고 웃으며 형제라고 부릅니다. 처음 《신세계》를 봤을 때는 황정민의 거친 말투와 이정재의 잘 차려입은 정장, 최민식의 느긋한 압박이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다시 보니 가장 오래 남는 것은 … 더 읽기

군도는 돌무치에게 칼보다 먼저 이름을 건넸습니다

돌무치가 처음부터 큰 칼을 든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고기를 자르던 칼은 손에 익어 있었지만, 그 칼로 자기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얼굴은 아니었죠. 처음 《군도: 민란의 시대》를 봤을 때는 하정우의 민머리와 두 자루 칼, 강동원의 긴 머리와 차가운 검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시 떠올리니 그보다 더 오래 남은 것은 돌무치가 군도 사람들 사이에 앉아 새로운 … 더 읽기

재호의 문장과 대식의 발걸음 사이에 놓인 교섭

살해 시한이 적힌 종이는 몇 번이나 고쳐졌지만, 그 앞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은 점점 더 말라갔습니다. 처음 《교섭》을 봤을 때는 황정민과 현빈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부딪치는 장면을 따라가기 바빴어요. 한 사람은 말로 시간을 벌고, 다른 사람은 현장을 뛰어다니니 결국 어느 쪽이 옳은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떠올리니 두 사람 모두 처음부터 정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어요. 재호의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