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 안상구는 복수보다 믿어줄 사람을 원했습니다

안상구가 우장훈을 처음 제대로 마주했을 때, 그의 얼굴에는 반가움보다 계산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이 검사가 자신을 살려줄 사람인지, 필요한 말만 빼낸 뒤 다시 버릴 사람인지 살피는 눈이었죠. 처음 《내부자들》을 봤을 때는 이병헌의 전라도 사투리와 능청스러운 농담, 조승우의 날카로운 말투가 먼저 들렸어요. 다시 생각해보니 안상구는 영화 내내 복수할 방법만 찾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보았고 당했다는 말을 끝까지 … 더 읽기

회사원 지형도에게 퇴근은 처음 생긴 꿈이었습니다

최근 드라마 《김부장》을 보다가 문득 영화 《회사원》이 떠올랐습니다. 안경을 쓰고 은행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소지섭이 어느 순간 감춰둔 움직임을 꺼내는 모습을 보니, 양복 차림으로 살인청부 회사에 출근하던 지형도가 자연스럽게 겹쳐졌어요. 두 사람 모두 겉으로는 평범한 직장인처럼 보이지만 몸은 전혀 다른 시간을 기억하고 있었죠. 그래서 오랜만에 《회사원》을 다시 떠올리게 됐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정장을 입은 … 더 읽기

형님이라는 한마디가 자성을 끝까지 붙잡은 신세계

자성은 정청이 다가올 때마다 먼저 주변을 살핍니다. 반가운 사람을 만난 표정보다 혹시 자신의 정체가 드러난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얼굴에 가깝죠. 그런데 정청은 그런 경계를 모르는 사람처럼 자성의 어깨를 감싸고 웃으며 형제라고 부릅니다. 처음 《신세계》를 봤을 때는 황정민의 거친 말투와 이정재의 잘 차려입은 정장, 최민식의 느긋한 압박이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 다시 보니 가장 오래 남는 것은 … 더 읽기

군도는 돌무치에게 칼보다 먼저 이름을 건넸습니다

돌무치가 처음부터 큰 칼을 든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고기를 자르던 칼은 손에 익어 있었지만, 그 칼로 자기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얼굴은 아니었죠. 처음 《군도: 민란의 시대》를 봤을 때는 하정우의 민머리와 두 자루 칼, 강동원의 긴 머리와 차가운 검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시 떠올리니 그보다 더 오래 남은 것은 돌무치가 군도 사람들 사이에 앉아 새로운 … 더 읽기

재호의 문장과 대식의 발걸음 사이에 놓인 교섭

살해 시한이 적힌 종이는 몇 번이나 고쳐졌지만, 그 앞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은 점점 더 말라갔습니다. 처음 《교섭》을 봤을 때는 황정민과 현빈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부딪치는 장면을 따라가기 바빴어요. 한 사람은 말로 시간을 벌고, 다른 사람은 현장을 뛰어다니니 결국 어느 쪽이 옳은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떠올리니 두 사람 모두 처음부터 정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어요. 재호의 … 더 읽기

전우치는 세상을 구할 때도 박수받고 싶어 했습니다

전우치가 사람들 앞에서 도술을 부릴 때마다 얼굴이 먼저 밝아졌습니다. 누군가를 구했다는 안도감보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곳에 모였다는 즐거움에 가까워 보였죠. 처음 《전우치》를 봤을 때는 강동원이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서울을 뛰어다니는 모습만 기억했습니다. 다시 떠올리니 전우치는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보다, 재미없는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신나게 살고 싶은 마음이 더 큰 사람이었습니다. 그 점이 이상하게 밉지 않았어요. 그는 … 더 읽기

엑시트에서 용남과 의주는 번갈아 뒤를 돌아봤습니다

용남이 옥상 문을 열기 위해 건물 바깥으로 몸을 내밀던 장면은 처음 볼 때도 손에 땀이 났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벽을 오르는 기술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가족들의 표정이 먼저 들어왔습니다. 취업도 못 하고 집에서 눈칫밥을 먹던 아들이 아무도 열지 못한 문을 열기 위해 가장 위험한 곳으로 나가고 있었죠. 평소에는 쓸모없다고 여겼던 시간이 갑자기 모두를 살리는 능력으로 바뀐 … 더 읽기

왕과 사는 남자에서 이홍위가 처음 밥을 먹던 저녁

이홍위 앞에 놓인 밥상이 거의 손대지 않은 채 식어가던 장면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왕위를 잃고 영월까지 내려온 아이에게 밥은 하루를 이어가기 위한 일이 아니었겠죠. 살아야 할 이유가 남아 있지 않다는 마음을 가장 조용하게 보여주는 물건처럼 보였어요. 처음 《왕과 사는 남자》를 봤을 때는 이미 알고 있는 단종의 마지막이 언제 다가올지만 생각했습니다. 다시 떠올리니 죽음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 더 읽기

상덕이 흙을 뱉은 순간부터 달라진 파묘의 공기

상덕이 손가락으로 흙을 집어 입에 넣었다가 곧바로 뱉는 장면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무덤을 바라보며 불길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그 짧은 행동이 더 이상했어요. 처음 《파묘》를 봤을 때는 곧 벌어질 굿과 관 속에서 나올 존재가 궁금해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김상덕은 땅을 파기 전부터 이미 무언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몸으로 알아챈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의뢰의 규모와 돈, 일정을 … 더 읽기

서울의 봄, 전화벨이 울릴수록 움직이지 못한 사람들

처음 《서울의 봄》을 봤을 때는 전두광의 얼굴만 따라갔습니다. 사람을 몰아붙일 때마다 커지는 목소리, 상대가 물러서는 순간 살짝 올라가는 입꼬리, 이미 판을 장악했다는 듯한 걸음이 너무 강했거든요. 다시 보니 이상하게 전화기 쪽으로 시선이 갔습니다. 누군가는 전화를 걸어 부대를 움직였고, 누군가는 명령을 기다리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죠. 총보다 먼저 사람을 묶어둔 것은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벨과 수화기 너머의 망설임이었습니다.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