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민트, 사람을 정보로 부르는 순간이 더 불편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밤은 눈보다 먼저 검은색으로 기억됐습니다. 가로등이 닿지 않는 골목과 북한 식당 아리랑의 붉은 조명, 창문에 비친 사람들의 얼굴이 한 화면 안에서 자꾸 갈라졌죠. 처음 《휴민트》를 봤을 때는 조 과장과 박건이 언제 총을 겨눌지 따라가느라 바빴습니다. 다시 보니 총구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의 진짜 목적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거리였어요. 인물의 얼굴은 … 더 읽기

시민덕희, 사기를 당한 사람이 왜 먼저 고개를 숙여야 할까요

사기를 당한 사람은 왜 피해 사실을 말하면서 먼저 고개를 숙이게 될까요. 《시민덕희》를 다시 보면서 가장 오래 붙잡고 있던 질문입니다. 처음에는 평범한 세탁공장 직원이 중국의 보이스피싱 조직을 쫓아간다는 전개가 통쾌하게 다가왔죠. 그런데 실화에서 출발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다시 보니, 총책을 잡는 과정보다 덕희가 자신이 속았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이 더 아프게 들어오더군요. 《시민덕희》는 2016년 경기도 … 더 읽기

올드보이, 복수보다 기억에서 도망치는 사람이 더 무서웠습니다

올드보이를 처음 봤을 때 가장 오래 남은 건 장도리도, 복도도 아니었습니다. 모든 비밀이 드러난 뒤 오대수의 얼굴이 아주 잠깐 무너지는 순간이었죠. 너무 강한 장면들이 연달아 나오다 보니 그때는 충격만 따라가느라 인물의 표정을 살필 여유가 없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재생한 이번에는 결말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이상하게 그 얼굴에서 눈을 떼기가 쉽지 않았어요. 초반부를 다시 돌려 … 더 읽기